[만화로 만난 언론계 사람들, 시즌2] 스물한번째 이야기- 속으론 뜨겁지만 겉으론 드러내지 않는, 그러나 공감할 수 있는 열정을 느꼈다. 장황하게 늘어놓을 필요도 없다. 그저 단문에 가까운 대답만이 취재수첩에 옮겨질 뿐이다. 10년 넘게 재즈에 심취했고 재즈를 공기처럼 느끼며 살아왔다. 즉 ‘없으면 못 산다’는 것이다.
“당신에게 재즈는 무엇인가요?”
“‘공기‘라고 할까요? 없어도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없으면 못 사는 것.”
남들이 쓴 재즈 관련 평론 또는 기사를 읽다보면 자신의 이해와 다른 부분들을 발견하곤 한다고.
“반론을 제기할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어요. 왜냐하면 ‘당신이 좋아하는 재즈가 바로 재즈.’라는 겁니다. 비틀즈 최고의 명언이 뭔지 아시죠? 바로 ‘렛잇비(Let'it Be)', 그냥 내버려 두는 것. 나의 재즈, 당신의 재즈인거죠.”
맞다. 재즈는 경계와 벽을 용납하지 않았다. 더구나 재즈를 ‘기존 수평-수직적 구조에 대한 해체’로 규정한 그에게 여러 가지 해석은 ‘당신의 재즈, 그의 재즈, 그녀의 재즈’였던 것이다.
그럼 재즈(Jazz)라는 말의 어원은 무엇일까? 아직까지 해답은 미궁에 있는 듯하다. 그는 저서 <재즈 재즈>를 통해 이렇게 밝히고 있다. “속 시원하게 풀리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불어의 'jaser'라는 동사로부터 연원했다는 설도 있다. 그 뜻은 ‘수다떨다’이다. 혹은 초창기 뮤지션 가운데에서 가장 흔한 이름이었던 찰스(charles) 또는 제임스(james)로부터 탄생했다고도 한다. 즉 찰스는 채스(chas)로, 제임스는 재스(jas)로 축약되었다는 것이다. 이보다 더 구체적으로 특정 인물을 지목한 설도 있다. 시카고의 한 인기 뮤지션이었던 Jasbo Brown의 이름이 기원이라는 것이다.
또는 정액(semen)을 뜻하는 속어인 지즘(gism), 또는 재즘(jasm)에서 유래됐다는 학자도 있다. 또는 쟈스민 향료를 향수 원액에 혼합하는 작업을 ‘jass it up'이라 불린데서 기원했다는 어떤 이의 회고도 있다.
마지막으로 1919년 뉴올리언즈에서 온 <자니 스타인 밴드>가 대도시 시카고에서 낯선 유형의 음악을 연주했다. 이후 그 음악이 재즈로 불리게 된 것이라는 증언도 있다.“
미셸 페트뤼시아니(Michel Petrucciani). 프랑스인으로 세계적 명성을 누린 재즈 피아니스트다. 선천적 장애로 4살 때 성장이 멈춰 키 1m, 몸무게 28kg 정도에 불과한 단신이었다. ‘골형성부전증'이라는 희귀병과 폐렴으로 1999년 36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뮤지션이다.
장 기자는 그와의 인터뷰를 잊을 수 없다.
“서커스 밖에 할 수 없는 운명을 스스로 바꾼 사람이죠. 최고의 반열에 올랐죠. 그와 악수를 했는데 그 조막손의 기억은 지금도 생생해요.”
그가 꼽는 한국의 재즈 뮤지션은 누구일까?
“색소포니스트 이정식 씨죠. 기량도 기량이겠지만 가장 한국적 음색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치밀한 뮤지션이라 봅니다. 역시 색소폰 주자인데요. 최광철씨를 꼽고 싶네요. 미국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극찬을 했던 뛰어난 테크닉의 소유자입니다. 음색이 매우 독특해요. 마지막으로 그 역시도 색소폰 주잡니다. 강태환씨죠. 아마 세계 최고수준의 프리재즈를 구현하고 있는 분입니다. 은둔적 삶을 살고 있지만 오히려 외국 팬들이 많을 정도로 외국에서의 평가가 대단하죠.” 남대문로 임시 사옥으로 이사 온 후 남산과 중고LP음반가게가 가까운 게 즐거움이라는 그. 인터뷰 마지막에 그가 한마디 건넨다.
“재즈는 저에게 주어진 몫입니다.”
한국일보 문화부 장병욱 기자 ( toon@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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