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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가파식 방송장악…국민저항 직면할것” [한겨레]




“막가파식 방송장악…국민저항 직면할것”

3대 언론학회장 비판 목소리
KBS 5공때로 되돌리면 국민외면…장기적 실패 필연
사장선임·방통위 인적구성 등 법제적 손질해야 의견도
한겨레 권귀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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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장악ㆍ네티즌탄압 저지 범국민행동’ 회원과 시민들이 9일 밤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본관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친 뒤 촛불을 들고 <한국방송> 주위를 행진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국언론학회·한국방송학회·한국언론정보학회는 언론학계의 대표적인 3대 학회다. 이 학회의 회장들이 일제히 이명박 정권의 정연주 사장 해임 드라이브를 호되게 질책했다. 현 정권이 노리는 한국방송의 ‘관영방송화’는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오히려 수신료 거부운동 등 국민적 저항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게 이들의 진단이다.
 

권혁남 한국언론학회장(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10일 최근의 정부의 모습을 “막가파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는 “바닥 지지율인 이명박 정권이 더이상 잃을 게 없다는 생각으로 막가고 있다”면서 “여론 장악으로 국민의 마음을 돌려놓을 수 있다는 집권층의 생각은 시대착오적”이라고 단언했다. “영향력과 신뢰도 1위의 공영방송을 5공 시절 방송으로 되돌리면 누가 보겠냐”는 것이다. 그는 “공영방송을 홍보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내 수신료 거부운동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백 한국언론정보학회장(부산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현 정부가 올림픽에 맞춰서 초법적인 해임 처리를 강행한 것도 결국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방송 민주화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싸우면서 이룬 것으로, 정부의 방송 장악 시도가 일시적으로 가능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론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만 한국방송학회장(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은 이번 사태가 방송사나 언론인에게 총체적 위기를 가져오는 불행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권력이 방송 장악 의지를 노골화할수록 권력비판 기능의 날을 세워야 하는 게 언론 본연의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에서 전화 왔다고 데스크들이 ‘방송 접자’라고 할 게 아니라 그럴수록 ‘내보내자’라고 강하게 맞서야 한다”는 것이다.

» 왼쪽부터 권혁남 한국언론학회장, 한진만 한국방송학회장, 채백 한국언론정보학회장

그러나, 당장 언론자유 위축을 이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나왔다.

채 교수는 “낙하산 사장이 중간간부로 자기사람들을 심으면, 중간 간부들과 실무자들 간의 싸움으로 언론 자유의 퇴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권혁남 교수도 낙하산 사장이 올 경우 “데스킹 강화라는 명분 아래 현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 프로그램은 모두 사라질 것이며 피디의 자율성과 제작과정의 창의력이 위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검찰의 피디수첩 압수수색 방침에 대해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권 교수는 “방송 콘텐츠는 언론의 자율심의에 맡겨야 한다”면서, “실정법을 들이대 방송프로그램을 억압하기 시작하면 중요한 사회이슈를 다룰 수 없으며 시사프로그램을 만들지 말라는 것”이라고 했다.



권력에 독립적이어야 할 감사원과 한국방송 이사회가 동원된 ‘공영방송 사장 해임 시나리오’에 대한 비판도 쏟아냈다.

한진만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인사들이 군사정권의 공보관들인지, 해결 방식이 이것밖에 안되는지 황당하고 한심하다”며 “과연 정부의 시녀와 대변인이 됐던 군사정권 시절의 한국방송을 좋은 방송으로 평가하는지 현 정권 인사들에게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한국방송 이사와 문화방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권을 갖고 있는 방통위원장에 정치적 인물이 오면서 온갖 무리수가 터져나오고 있다”며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체제를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이에 채백 교수는 “제도 못지 않게 운용이 중요하다”며 “막강한 자리에 내 친구를 앉혔더니 내가 손해봤다”는 역사적 교훈이 축적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언론학회의 큰 어른이 사복경찰의 호위를 받고 나오는 장면은 후학들에게 실망감을 주었다”며 “현 정부는 방송을 장악하면 여론을 돌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민 의식수준은 80년대와 다르고 인터넷 개방 시대에 방송 장악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 교수도 “올림픽과 방학이 끝난 뒤 인터넷 여론의 향방에 따라 ‘낙하산 사장의 한국방송’에 대한 수신료 거부 외에 광고상품 불매 등 다양한 반응이 예측된다”고 봤다. 대기업 자본의 지상파 방송 진입을 완화시킨 방송법 개정안도 결국 권력의 여론장악 의지와 연관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산업논리로 접근해 신문산업의 활로를 위해 지상파 방송을 열어줘야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실제 지금도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고 있으며 지상파는 공적 자산이기 때문에 사기업의 진출을 제한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보수언론의 여론독과점도 심한 나라”라며 한 교수는 방송의 조중동화를 경계했다. 권 교수도 “방송광고시장이 한정된 시장 여건에서 종합편성채널을 조중동에 열어주는 게 산업논리로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들 언론학계 3개 학회장들은 노골적 언론장악은 더 큰 저항을 부를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채 교수는 “법과 원칙을 무시한 반동은 더 큰 반동을 부르게 돼 있다”면서 “방송사 사장이 아무리 목숨 바쳐 충성하는 사람이 와도 우리 사회의 저력을 무너뜨릴 수 없다”고 확신했다. 한 교수도 “정치적 사장이 방송을 좌지우지하려들면 안팎의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했다. 채 교수는 이런 홍역을 치르며 “정치적 수사로 머물던 언론 자유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낄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권귀순 기자 gskw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