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손찬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축산물 검사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미 쇠고기 특별점검단 일행이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점검단은 열흘간 미국에 머물면서 한국 수출용 쇠고기 생산 도축장의 위생 시스템 등을 점검했다. |
ⓒ 연합뉴스 서명곤 |
| |
"미국 정부 관계자에 의하면 30개월 이상 육(고기)은 대부분 분쇄육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학교 급식용에도 사용될 수 있음을 언급했다."
정부가 지난달 30일 미국 도축장 위생실태 점검보고 기자회견에서 누락한 내용이다. 이 말은 미국에서 수입되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대부분 학교급식용으로 소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으로 사회적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에게 제출한 '미국 쇠고기 수출작업장 특별점검 결과보고'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도축된 쇠고기의 55%는 분쇄육과 가공품으로 소비되며,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쇠고기, 호주·뉴질랜드산 수입 쇠고기 대부분이 분쇄육과 가공육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12일부터 26일까지 총 2주간에 걸쳐 미국 연방정부의 승인을 받은 14개 주 30개 작업장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 관계자로부터 이 같은 설명을 들었다.
정부는 지속적으로 특정위험물질(SRM) 제거 등 미국의 수출작업장의 위생관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포장했지만, 실제 내부보고서에는 '교차오염' 가능성과 '치아감별사 부족으로 인한 연령감별 불가능', '30개월 이상 분쇄육의 단체급식 유통문제' 등 심각한 하자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 방미 특별점검단은 "내장용의 경우, 회장 원위부를 제거하지 않고 장 전체를 폐기하는 작업장은 원위부 처리에 대한 확인점검을 할 수 없었다"며 "해당 작업장이 내장 수출을 원할 경우에는 미국정부가 회장 원위부 처리사항 점검결과를 통보해줄 것을 미국정부에 추가 요구했다"고 보고서에 적시했다.
이와 관련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정책국장은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분쇄육은 햄버거와 피자 등 각종 가공식품에 활용될 것"이라며 "분쇄육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에 많이 들어가는 만큼 미 정부 관계자의 말처럼 학교급식에 대폭 사용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국장은 "라면스프와 쇠고기 조미료, 소시지, 스파게티 소스 등 분식점과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분쇄육은 수천마리를 한꺼번에 갈아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광우병 위험물질이 어느 동네에서 자란 어느 쇠고기에서 발견된 것인지 전혀 알 수 없다"며 "원인확인이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하는 일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
▲ 손찬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축산물검사부장이 29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합동브리핑센터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고시발표 후 미국산 쇠고기의 연령별 도축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 남소연 |
| |
학교급식네트워크 "안 사고, 안 먹고, 안 팔기 3불운동 전개할 것"
다국적기업의 경우에는 한 국가도 아니고 세계 여러 나라의 쇠고기를 한꺼번에 갈아버리기 때문에 그 경우에는 어느 나라산인지 조차 파악하기 어렵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 국장은 "지난 2006년 바로 이런 문제점 때문에 분쇄육 수입을 금지했던 것인데, 이번에는 분쇄육은 물론 내장육까지 모두 수입될 수 있도록 해놨기 때문에 사정은 더욱 심각해졌다"며 "선진회수육도 분쇄육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심각한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배옥병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대표는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가 수입되면 우리는 월령에 관계없이 가장 먼저 학교급식에 쓰일 것이라고 판단한다"며 "우리의 기본입장은 한미 쇠고기 전면 재협상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쇠고기를 정부가 들여온다면 거부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배 대표는 "이미 우리는 학부모 교육과 간담회, 전국회의 등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3불운동을 조직중에 있다"며 "안 사고, 안 팔고, 안 먹기 운동을 벌여 절대로 학교급식에 미국산 쇠고기가 쓰이지 않도록 조처를 취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미국산 쇠고기의 소비를 분류해 분쇄육으로 42%, 가공육으로 19%, 스테이크 등 요리용으로 40% 쓰인다고 2007년 미국 농무부 자료를 인용해 밝혔다.
정부특별점검단은 이 보고서에서 "한국민의 선호 부위인 30개월령 미만의 LA갈비나 마블링이 좋은 구이용 고급육이 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30개월령 이상 쇠고기가 수입된다면 주로 가공제품 등에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공용 분쇄육으로는 소시지, 햄버거, 피자, 라면스프, 쇠고기 조미료, 스파게티 소스 등이 활용된다. 쇠고기 분쇄육이나 가공육이 쓰이는 먹거리는 셀 수 없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