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부대 훈련받은 원정화, 2001년 탈북자로 위장 남파
황장엽씨 주거지 파악 시도… 中 오가며 수집정보 전달
요원 살해지령 회피로 불안한 나날… 애인에 "간첩" 실토
2001년 10월 27세의 원정화는 중국에서 활동 중인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간부로부터 은밀한 명령을 하달받았다. 중국 생활 3년 만의 지령이자 15세 때부터 준비해온 한국행이 현실로 다가온 순간이었다.
■ 양성
원정화는 여러모로 영화 '쉬리'의 여간첩 이방희를 연상시킨다. 그는 1989년 남파공작원을 양성하는 특수부대에 입대했다. 3년간의 고된 훈련을 참아냈지만 뜻하지 않은 부상으로 결국 제대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6년 동안 그는 문제아로 살았다.
가정이 유복한 편이었는데도 백화점에서 물건을 훔쳤다가 교화소에 수감되는가 하면 아연을 무려 5톤이나 훔쳤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북한에서는 아연 1㎏만 훔쳐도 총살에 처해지지만 그는 한 친척이 북한 당국에 손을 쓴 덕택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아연 절도 과정에서 보여준 대담함, 3년간의 남파공작 훈련 전력 등이 보위부의 눈에 든 것이다.
■ 잠입
공작원으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은 원정화는 2001년 10월 한국행 지령을 받고 조선족으로 위장, 남한 공장노동자 최모씨와 결혼하는 방법으로 국내로 입국했다. 당시 그는 중국에서 알게 된 남한 사업가와의 사이에서 생긴 딸을 잉태하고 있었다.
그는 중국에서 최씨와 만난 직후 성관계를 갖고 "당신의 딸"이라고 속인 뒤 국내 입국에 성공했다. 그는 입국 직후 최씨와 이혼한 뒤 그 해 11월 국가정보원에 탈북자라며 위장 자수했다.
탈북자로 공인을 받은 뒤에는 제약이 사라졌다. 그는 미군기지를 촬영한 사진, 남한내 탈북자들의 명단, 군부대 등 국가 주요시설의 위치 파악, 비전향 장기수 현황, 대북 정보요원의 인적사항 등을 부지런히 수집했다.
탈북자 단체 관계자에게 접근해 황장엽씨의 주거지까지 파악하려 했으며, 일본으로 간 탈북자의 위치 파악을 위해 일본을 3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 활동
보다 더 원활한 정보 수집을 위해 원정화는 군인들에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그는 결혼정보업체에 "군인을 소개해달라"고 요청해 장교와 부사관 등 7명을 만났으며, 이 중 2명과 본격적으로 교제했다. 2005년 9월 만난 김모 소령과는 아예 관사에서 함께 살았다.
2006년 9월에는 "북한에서 교도관을 했다"고 거짓말을 해 군 안보강사 자리를 얻었고, 이 즈음 정훈장교 황모 대위를 알게 돼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 김 소령과 황 대위를 통하거나 안보강사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군인들에게 명함을 요구해 100여장의 명함을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수집된 정보는 빠짐없이 중국 내 북한 보위부 관계자들에게 전달됐다. 원정화는 2002년 10월부터 최근까지 중국을 14차례나 방문했고 이 때마다 정보들을 넘겼다.
그러나 남한 체류 생활이 길어지면서 원정화는 냉혹한 간첩의 모습을 서서히 잃어갔다. 그는 대북정보요원 살해 지령을 받고 독약과 독침까지 건네받았으나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남한에 살다 보니 마음이 변했고 사람을 한번도 죽여본 일이 없어 차마 죽이지 못했다"는 게 원정화의 검찰 진술이었다.
■ 검거
이 때문에 원정화는 북한이 자신을 살해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린 나머지 거주지에 자물쇠를 4개나 설치했고, 3년 전부터 신경안정제 없이는 생활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결국 2007년 9월에는 황 대위에게 "나는 북한에서 남파된 간첩"이라고 실토하기에 이르렀다.
그를 사랑하게 된 황 대위가 이 같은 사실을 은폐하는 바람에 불안한 1년을 더 보낼 수 있었던 원정화는 지난 7월15일 경찰과 기무사에 의해 체포됐다. 합수부는 원정화가 탈북자 신분으로 대북 무역을 하고, 장교들과 교제하는 점 등을 수상히 여기고 3년간 내사한 끝에 검거했다.
체포 직후 조사에서 그는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듯 "위장 탈북자이며, 북한 보위부 지령을 받고 침투한 간첩"이라고 순순히 시인했다. 영문도 모른 채 엄마를 잃게 된 8살 난 딸만 남겨둔 채 10년간의 공작원, 7년간의 남파간첩 생활에 종막을 고한 순간이었다.
합수부 일문일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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