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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체험 왜?] 관 속으로 들어가는 10·20대(NO.1뉴미디어 '마이데일리)




[죽음체험 왜?] 관 속으로 들어가는 10·20대  
2008-08-03 11: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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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컬투데이 하주영 기자] 공포를 느끼며 더위를 이긴다? 듣기만 해도 오싹한 ‘관’, 그 속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는 대학생들이 있다고 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동호회에서 태국의 '카핀 의식'에서 착안해 더위를 쫓기 위해 관속체험을 실시한다며 참가자를 모집했다. ‘죽음’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놀이화 해 즐기면서 ‘죽음’이라는 개념을 재해석해 보자는 것.

최근 고교생들과 대학생, 그리고 20·30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죽음 체험’. 상대적으로 죽음과는 거리가 먼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기도 모자란 청소년과 20대가 죽음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 24시간 동안 입관 체험 ‘카핀 의식’

태국에서는 100여 년 전 부터 ‘카핀 의식’이라고 불리며, 관 속에 들어가 일정 시간을 보냄으로써 액운을 떨치고 새로운 삶의 기운을 얻을 수 있다는 의식이 전통적으로 내려오고 있다.

‘카핀’은 사진적인 용어로 ‘관’을 뜻한다. 태국어로 ‘노롱 사도르 크로’라고 하며 참여자들은 삶의 끝에서 운명을 바꾸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의식에 참가, 관속에 들어가 있는 하룻 동안 승려들이 죽음을 위로하는 경을 외면서 진행된다.

태국인들은 이 의식을 통해 악운은 사라지고 새롭게 태어나는 전환점을 안겨줘 삶이 연장된다고 믿는다. 친척 없이 죽은 시신이나 가난해서 관을 살 수 없는 주검을 위해 관을 기부하던 풍습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기독교에서 ‘사순피정’이라 하여 부활절 전 40일간의 재기(齋期)인 사순절(四旬節)에 ‘속죄로 생활을 바꾸고 하느님과의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자’는 목표로 죽음을 체험한다.

하지만 종교계에서 이처럼 이뤄지는 ‘죽음체험’은 행위는 비슷하더라도 의식자체에 종교적 이념이 깔려있기 때문에 같은 뜻으로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다.

◇ 자기 암시를 통한 죽음의 재발견

우리나라에도 ‘죽음체험’을 전문적으로 맡아 진행하는 업체가 생기고, 중고등학교·복지관·종교단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죽음 체험이 행해지고 있다.

‘죽음’으로써 아름다운 죽음, 준비된 죽음을 위해 후회 없이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어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쟁사회 속에서 앞만 보고 정신없이 지내다보니 삶의 의미를 모른 채 반복적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죽음을 체험함으로써 삶을 종점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된다. 또 그동안 어떻게 살아 왔는지 되돌아 보게 된다”고 말했다.

울산대 정신과 홍진표 교수는 “자기최면을 유도해서 강한 암시를 최면상태에서 받은 암시는 강하고 오래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암시의 지속여부에 대해서는 “개개인의 성향이나 상황 등에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평소 경험 할 수 없는 ‘죽음’이라는 것을 어떤 암시를 통해 체험함으로써 죽음의 경험은 실제처럼 느껴지고, 죽음의 충격은 정신적으로 크게 작용하게 된다는 것.

그에 비해 평소 갖고 있던 스트레스나 고민거리는 상대적으로 사소하게 느껴지게 되어 자연스레 스트레스나 고민을 잊게 되고 앞으로의 긍정적인 생각이 쉬워지는 것이다.

열린정신과 배경도 원장은 젊은 층에서 ‘죽음’이라는 것을 놀이화하여 체험하고 관심이 큰것에 대해 일종의 ‘반동형성’이라 해석했다.

반동형성은 금지된 충동을 억제하기 위해 그 반대의 경향을 강조함으로써 스스로 수용하기 어려운 충동을 제어하려는 심적인 태도 또는 습성을 말한다.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번지점프를 시도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 준비 없는 ‘죽음 체험’ 심리적 불안 높일수도...

모 기업에서 단체로 ‘죽음체험’을 했다. 참가자들은 제일 먼저 가족이나 친구 애인 등에 유서에 쓴다. 그뒤 입관체험실에 들어서면 벽에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 다이애나 왕세자비, 이병철 삼성 설립자 등 유명인의 사진이 붙어 있으며 앞에는 꽃으로 장식한 참가자의 사진이 놓여있다.

참가자들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삶의 소중함을 느꼈다며,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반면 참가자 중 일부는 갑작스러운 어둠과 죽음이 두려워 10초도 안돼서 뚜껑을 두드리며 열어 달라고 했다. 심리적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되려 악이 될 수도 있고, 불쾌하고 곤혹스러운 경험이 될 수도 있는 것 이다.

윤정신과 윤선욱 원장은 “우리주위에는 겉으로 표가 나진 않지만 정신적 불안요소를 잠재하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며 “좋은 취지의 행사일지라도 받아 들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작용한다며 희망자에 한해 프로그램에 참여 시키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또 생각 없이 의식적으로 행사에 참여하다 보면 오히려 죽음에 대한 집착을 불러일으키는 역효과를 가져 올수도 있다는 것.

윤 원장은 “요즘 젊은층은 많은 경쟁시대에 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고 강한 자극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며 “죽음이라는 강한 스트레스를 끌여들여 현실에서의 스트레스를 잊어보려는 것이다”고 해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이같은 죽음체험이 단순히 재미만 추구할 뿐 정작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을 경우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충고한다.

일각에서는 교육적인 취지에서 행해지는 ‘죽음체험’이 자살을 방지하거나 알콜 중독 환자 치료에 효과 등 긍정적으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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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디컬투데이 하주영 기자 (sh6mw@md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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