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평 작가/ 이용호 화백
[만화로 만난 사람들, 시즌2] 스물세번째 이야기- 월간 전라도닷컴 김태성 사진기자
“엄니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엄니하면, 매니큐어에 짙은 향수 냄새 풍기는 도시의 어머니가 아니라, 몸빼 바지에 흙냄새 풀풀 나는 시골 아낙을 떠올리게 한다. 엄니들의 삶은 인종과 희생과 맹목적인 자식사랑으로 일관했다.
일하는 엄니, 밥 짓는 엄니, 팥죽 쑤는 엄니, 생선 파는 엄니, 감자 먹는 엄니, 뻥튀기 엄니, 글씨 그리는 엄니, 우는 엄니, 지쳐서 길바닥에 잠든 엄니, 꼬부랑 엄니, 남자를 닮은 엄니, 담배 피는 엄니…, 모두들 지치고 쓸쓸하고 슬퍼 보인다. 그래서 더욱 그립다.“
지난해 열렸던 <전라도 엄니>전에 부친 소설가 문순태님의 글이다.
대학 1학년 때부터 학보사 사진기자로서 카메라를 들었다. 치열했던 캠퍼스를 누비며 현장을 기록했다. 고교시절 그의 어머니는 하숙집을 운영했다. 데모하던 형, 누나들과 한 지붕 밑에서 살았던 그.
“1980년 5월 당시 저희 집이 도청 뒤였거든요. 공수부대가 진을 친 곳이었어요. 전 ‘꼬마시민군’이었구요. 엄니들이 트럭 탄 시민군들에게 주먹밥, 수박, 과일, 올려주던 모습들. 87년도의 도청 앞 시위들…생생히 기억해요. 제가 대학에 들어간 이유도 아마 데모하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하하.”
2학년이던 91년 4월, 전남대 박승희 열사의 분신을 목격한다. 충격이었고, 그의 머릿속은 복잡해진다.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 그 친구 몫까지 살아야겠다는 생각. 그것 뿐 이었죠.”
지금의 아내는 대학시절 늘 현장에 같이 있었던 ‘동지’다. ‘꽤나 무섭고 당찬’ 여학생이었기에 다가가기 힘들었다고. 그러나 같이 있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둘은 가까워졌고 결국 삶의 동반자가 됐다.
2001년 결혼 후 20일 만에 홀로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다큐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죠.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접하면서 사진의 폭을 넓혀보고 싶었어요. 11개월 동안 많은 사진을 찍었어요. 그러나 하나의 다큐를 만든다는 게 쉽지 않더군요. 아직도 완성에 대한 시도는 진행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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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전라도닷컴 김태성 사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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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와 함께 한지 20년이 됐지만, 아직도 그는 사람 앞에 카메라를 드는 일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사람을 만나 바로 카메라를 드는 행위는 위험할 수 있다고. 더 나아가 무서운 행위일 수도 있단다. 그만큼 피사체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말일게다.
“오늘 우치동물원에 코끼리 세 마리가 들어왔어요. 언론의 관심은 당연했구요. 물론 저도 다녀왔습니다만 코끼리 세 마리의 이름을 다 알고 온 기자는 몇 명이었을까라는 물음을 던지게 되더군요. 시 의원 이름을 모르고 카메라를 드는 기자도 있죠.”
그에게 사진의 의미를 물었다. “어려운 질문이네요. 아직 많이 못 찍어봐서요. 엄니들을 찍을 때 느낀 건데, 저의 사진은 보다 더 따뜻해지고 싶어요. 다른 시선으로 바라봐야 할 거구요….”
무각사 주지 청학스님은 김태성 기자의 사진 속 엄니들을 ‘생불(生佛)’로 표현했다. 엄니들의 삶은 곧 부처의 삶이다 라는 뜻이다.
전라도닷컴 황풍년 편집장의 전시회에 부친 글을 소개해 본다.
“김태성은 기어이 원하는 사진을 찍겠다고 카메라를 들이대는 욕심 사나운 쟁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깊은 산골짜기 오지마을부터 바다건너 저 멀리 섬마을 엄니까지 순정하게 발품 팔아 얼굴들을 담아냈다. 세상에 그 어떤 얼굴들이 엄니들만큼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당신 스스로가 텅텅 비워질 때가지 애오라지 자식사랑을 퍼 올려온 엄니들의 얼굴을 마주 대하자니 옷깃이 여미어질 뿐이다.”
향 내음 짙었던 도심 속 무각사. 그의 소개로 처음 마셔본 대추차. 걸쭉함이 그 맛을 더했다. 서둘러 올라가야 하는 필자를 그냥 보내기가 아쉬웠는지 그와 아내 김광란(대한불교조계종 무각사 기획실장)씨는 맛깔난 콩나물국밥을 소개했다.
“주문하면 금방 나오니께 한 그릇 후딱하고 가쇼잉~”
동지이면서 친구 같은 부부의 웃음이 선하다. 남편의 해외 출사 계획에 “능력되면 가든지 말든지요. 호호.”라는 아내의 말에 김 기자는 맞대응을 멈추고는 그저 웃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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