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노래
한광구
은은히 솟아오는
엷은 바람에 흔들리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아직 말이 되지 못하는
눈을 감아도 떠오르는
흔들리며 쏟아지고
파릇파릇 솟아나는
숲을 걷는.
가다가 돌아선 사람처럼
뭔가를 찾는다 허전한 가슴 꽃은 피고 지는데
잡지 못한 바람
초록이 짙어 무성한
오월
산에 피는 꽃은 산이 좋아 산에 피고
들에는 들꽃이 핀다
붉어서 눈부신 모란
호수에 돌멩이 던진 자리
꽃이라 하던가
모란은 떨어져 자취도 없고
앵두가 나뭇잎에 숨어 피었다
앵두!
선홍빛 영롱한
작아도 과일
한적한 뒤뜰 정원에 혼자 피었다
봄이 오는 길
저벅저벅
부름 없이 걸어온 이길.
터벅터벅
이유 없이 가야할 이길.
삐걱삐걱
힘겹고 고행속이라도
삐죽삐죽
토라지지 말고
웃으며 가야지!
돌아서 갈 수 없고
남을 수도 없는 길
산새처럼 조잘대며
사랑싸움 해볼까?
대답다오.
무지개
천사의 눈썹이다
흐르는 강물이었는지
함박꽃무늬 하얀
아후강 뜨개질 탁자보 위의
어항이었는지는 아련하지만
여우비에 젖어, 촉촉이
물 안을 들여다보던
곱고 선한 눈매가 있었다
비를 맞지 않는 물고기의 눈으로, 그때
나를 바라보던 물 밖의,
(宵火)고은영
온몸 불거지게 사랑 물든 물총새 한 마리
가냘픈 부리로 애절하게 쓴 사랑 편지
하얀 종이배 되어 푸른 갈 숲
강물에 여울져 임 찾아 흐르고
앗, 뜨거운 햇살이 불 볕같은 대낮
달구어진 세상은
타들어 가다 후두두 떨어진다
"더워 죽겠어"
엄살 하는 미루나무 꼭대기
바람 한 줌 걸려 미소 짓는 샘터
생애 단 한 번의 사랑을 그리며
7년을 땅속에서
어둠의 긴 터널을 헤쳐나온
강변 물든 눈물겨운 매암이 소리
지천으로 분탕질하며
여름, 여름 긴 나팔을 분다
바다
시/김신오
어머니는
자식 곁에서
바람개비가 된다
허공에
세월을 셈하니
여든 여덟 해
바다 깊은 곳에서
사금파리 같은 자식
가슴에 품고
진주를 만드느라
오랜 고통을 견디셨다
불쌍한 어머니
손을 잡아 드리니
보석보다 귀한 생이
높은 파도로 밀려온다
秋岩 詩
달빛을 읽는 강물
김내식
강물에 내리는 달빛
물이랑이 반짝 읽어주고
별들마저 뛰어들면
뒷 물결이 흔들 읽어 주나
물위에 투영되는 나의 그리움
누가 있어 읽어 주나
강물이 세월 따라
달빛도 세월 따라
덧없이 흘러
어제의 물도 달도 아니건만
그리움만 실없이
그때 그대로
흐르는 물위에
어른거린다
가을창
밤새 가랑비가 가랑가랑 유리창에 속삭인다
산과 들이 은화처럼 씻겨져 내려
가벼워진 몸을 바람에 헹구고 있다
창의 안쪽이 더욱 춥고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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