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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장자연 사건 묻혀서는 안 되는 이유

[김범석의 사이드미러] 장자연 사건 묻혀서는 안 되는 이유

 
[JES 김범석]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탤런트 장자연 사건이 이렇다할 성과 없이 막을 내릴 조짐이다.

3월 14일 수사 인력 41명을 투입해 전담 수사본부까지 꾸린 경기지방경찰청은 일본에 체류중인 장자연의 소속사 김모 대표의 신병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수사 대상자들에 대한 참고인 중지 절차에 들어갈 수 있음을 내비쳤다. 사실상 내사 종결을 앞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는 배경이다.

경찰은 강요죄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수사 대상자 9명 중 6명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쳤지만 혐의 입증에는 떨떠름한 표정이다. 이는 소환 대상자 선별이 쉽지 않다는 말에서 금세 확인된다. 사건의 핵심 인물 김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요청서도 아직 주일 한국 대사관에 접수조차 안 된 상태다. 국내에선 통신 수사로 활약하는 경찰이지만 해외 로밍 지역에선 닭 쫓던 강아지 신세다. 네티즌에게 '워낭소리 수사'라는 빈축을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찰이 한 달 수사 끝에 입건한 사람은 장자연 문건 작성에 개입한 전 매니저 유장호씨 뿐이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김씨가 고소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경찰에게 쫓기고 있는 김씨가 오히려 경찰 수사를 도와준 꼴이다.

장자연 사건이 이대로 묻혀선 안 되는 이유는 간추려 두 가지다. 첫째, 고인의 대한 명예회복 차원이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이 죽음 배후에 뭔가 석연찮은 자살 동기나 누군가의 이득을 위한 범죄가 도사리고 있었다면 살아있는 자들은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줘야 할 책임이 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지만 그렇지 않다.

경찰은 통화 내역과 60여명의 참고인 조사로 어쩌면 유족 보다 더 장자연의 죽기 전 심정을 읽었을 것이다. 그러나 "한 점 의혹없이 수사하겠다"던 경찰은 유족이 고소한 핵심 인물에 대한 수사에 전혀 속도를 못 내고 있다.

둘째, 장자연 문건에 오르내린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명백히 시시비비가 가려져야 한다. 모 언론사 대표는 실명을 공개한 것이나 다름없는 국회의원을 고소했고, 모 은행장도 김씨에게 특혜 대출을 해주고 연예인에게 술시중을 받은 정황이 있다고 보도한 모 경제신문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한 드라마 PD도 공개석상에서 "정말 억울하다"며 고해성사했다.

이제 남은 사람은 IT업체 대표와 모 인터넷 언론사 대표, 기획사 대표들이다. 그들은 또 누굴 상대로 명예훼손 고소장을 써야 할까. 인터넷에서 실명이 공개된 이들은 이미 여론 단두대에 올라 오물을 뒤집어 써버렸다.

이 가운데 정말로 힘없고 나약한 여배우에게 고통을 준 사람이 있다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지만 정말 억울한데 여론 재판으로 희생된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될까. 경찰이 이 점을 간과한다면 고인 뿐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까지 죽였다는 오명을 뒤집어쓸 것이다. 경찰의 신뢰 회복은 이제 자신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김범석 기자 [kb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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