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가되는초대

런던에 갔더니<전윤호 시인의 세상 읽기>

 [문화일보 뉴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전윤호 시인의 세상 읽기>
런던에 갔더니
런던에서 국제 도서 전시회가 있어서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촌사람이 회사 돈으로 영국 구경을 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출세한 거지요. 종일 비행기 타고 가는 지루함도 잊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밟으면서부터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하더군요. 덩치가 나만한 공항 직원은 저희 나라에 돈 보태주겠다고 동양에서 온 손님에게 까다롭게 굴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일행이 어디 있느냐며 각각 흩어져 수속을 밟고 있는 사람들을 다 모으려고 하기까지 하더군요. 분명 북 에디터라고 직업란에 쓰고 국제도서전 참관차 왔다고 했는데 우대는커녕 불법 이민자처럼 대했습니다. 내가 쩔쩔매고 있는 꼴을 한참 즐기다가 도장을 찍어주는 품으로 봐서는 골탕 먹이려고 부러 작정한 게 아닌가 하는 혐의가 갔습니다. 공항은 그 나라의 첫인상인데 시작부터 은근히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그곳도 봄이라는 정보는 다 소용없었습니다. 겨울 바람이 불고 비가 오고 그곳 호랑이도 장가가는지 해가 나는데 비 오다가 눈도 오고 한마디로 참 어렵게들 살고 있더군요. 봄이 이러니 겨울은 또 오죽할까요. 햇빛을 오래 못 보면 우울증이 생겨서 의사들이 항우울제를 대량으로 처방해 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은 약을 버리면 그 약은 강으로 들어가고 강으로 들어간 항우울제 성분이 급기야는 수돗물로 검출이 된다는군요. 그래서 런던의 수돗물을 마시면 행복해진다라는 말이 있답니다. 물론 약에 의해서.

런던은 대부분이 평지인 데다 서울의 두 배 크기쯤 된다는데 곳곳에 공원이 있어서 시민들이 휴식할 공간을 만들어 놨습니다. 커다란 공원은 왕실의 소유인데 공원으로 개방했다더군요. 왕자가 전쟁터에 자원했다는 뉴스가 나올 정도로 그곳 귀족들은 그래도 자신들의 의무에 충실한 것 같았습니다. 런던의 번화가는 피카딜리 광장인데 그곳에 중심가에는 유일한 기업 광고 전광탑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크게 둘로 나누어서 하나는 여러 개의 기업이 나눠 쓰는데 TDK나 소니 같은 유수한 기업들의 광고가 나옵니다. 그런데 나머지 절반은 한 기업이 다 쓰고 있습니다. 그 기업이 우리나라의 기업입니다. 소니의 몇 배가 되는 공간에서 나오는 우리 기업의 로고가 공항에서 당한 수모를 씻어주었습니다. 그냥 기업체가 자기 장사하겠다고 광고를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이역만리에서 본 그 광고가 내 마음을 뭉클하게 하는 건 무슨 조화일까요.

언어가 달려서 마음대로 돌아다니지는 못했지만 대영 제국이라는 과거 속에서 이룩한 과거의 유물들은 부러웠습니다. 이곳은 교육비도 안 들고 의료제도도 공짜라더군요. 하지만 이곳에서 살으라고 하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햇볕이 부족하고 음식이 맞질 않습니다. 가이드가 영국 음식은 다른 말로 혀에 대한 테러라고 한다더니 고기고 채소고 무조건 삶아서 나오는데 맛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더군요. 그리고 술집들도 일찍 문 닫고 1인당 술을 살 수 있는 양도 제한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니 한국에서처럼 술을 마시려면 미리 술을 조금씩 사서 재어 놓았다가 집에서 친구들 불러 마시는 수밖엔 없을 것 같습니다. 동네 선술집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축구 중계를 보는 게 보통 사람들의 유일한 낙이라는 말을 들으니 갑자기 그들이 안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보면 어느 나라든 다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의료가 공짜라도 환자가 밀려 감기 정도로는 병원에 오지 말라고 공익광고를 한다는군요. 그나저나 우리 공항에서도 영국 사람들 입국심사를 까다롭게 하면 저들도 나아질까요.

poet91@hanmail.com

기사 게재 일자 2008-04-24
 Google 광고
알콜중독 전문 예사랑 병원  yehospital.com
보건복지부 지정 알콜전문 병원 시범기관, 알콜중독 환자만 가능/여성병동

스마트라이브 Pro  www.smartlive.co.kr
인터넷생방송 실시간 양방향 방송솔루션. 인터넷 동영상 생방송 전문.

사진인화 - 포토몬  www.photomon.com
사진인화, 창사 7주년 기념30일간 80% 할인, 맞춤달력, 압축앨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