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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한인 주부, 정부·조·중·동에 '직격탄' "미국 사람들 쇠고기 불안해 한다"…'재협상' 요구

美 한인 주부, 정부·조·중·동에 '직격탄'
  "미국 사람들 쇠고기 불안해 한다"…'재협상' 요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3억 미국인과 250만 재미 동포가 즐겨먹고 있다"며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하는 정부 및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 언론의 주장에 '재미 동포'들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자신을 미국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 주부라고 밝힌 이선영 씨는 8일 문화방송(MBC) <100분 토론>과의 전화 연결에서 "미국에 사는 우리도 미국산 쇠고기가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선영 씨는 "얼마 전에 일부 한인 교포 단체장들이 미국산 쇠고기는 다 먹고 있고 안전하다는 발언을 해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킨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 실제 미국에 사는 250만 한인 교민의 입장은 그분들과는 매우 많이 다르다"고 밝혔다.
 
  이선영 씨는 "저희는 특별한 단체도 없고, 아무런 정치적 근거가 없는 평범한 주부들"이라며 "그런데 저희가 이러고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어서 미국, 캐나다에 사는 한인 주부들 모임 사이트에서 모여서 성명서까지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금 미국산 쇠고기를 자국 내에서 안심하고 먹고 있다는 말은 사실과 상당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분명한 것은 실제로 미국에서 유통되는 소의 90% 이상은 24개월 미만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것과 다른 소(30개월 이상)가 한국에 들어가는데 이것이 같다는 건 논리에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24개월 미만이라는 소도 미국에서 관심을 갖고 살펴보면 많은 분들이 불안해서 채식주의자가 되거나 육골분 사료를 먹지 않은 소만 구입하려고 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없이 미국과 똑같이 안전하다고 말하는 정부의 발언이 (현지에 거주하는 사람으로서) 굉장히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외교통상부 "한국에도 유기농 채소 선호하는 사람 있는 것 아세요?"
  
▲ 광우병이 발견돼 폐쇄된 미국 워싱턴주의 한 농장.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날 토론에 참석했던 이태호 외교통상부 다자통상국장은 "처음 듣는 이야기를 해줘서 신선하게 다가온다"며 "그런데 지금 전화주신 분은 미국 쇠고기는 전혀 안 먹나? 어떻게 안전한 쇠고기와 안전하지 않은 쇠고기를 구분하나"라고 물었다.
 
  이선영 씨는 "한 명의 주부가 객관적으로 그것을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며 "그러나 최대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100% 풀로 먹였다고 주장하는 소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여기에 이태호 국장이 "혹시 주변에 알고 있는 미국인들도 그런 소비 행태를 보이나"라고 다시 한 번 물었고, 이선영 씨는 "물론이다"라고 답했다.
 
  이태호 국장은 한 번 더 "한국에서도 농약 친 채소보다는 유기농 채소 선호하는 분 있는 것 아세요"라고 묻고선 "불안하면 소비자들이 나름대로 강구하는 방법 있을 것 같다. 한인회는 일반적인 얘기를 하는 것이다. 불안하긴 하지만 농약친 채소도 있지 않나. 개인의 소비성향, 안전도와도 상당히 관련돼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 대변한 정인교 "그건 취향의 문제 아닌가요?"
 
  또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저도 미국에서 살아왔지만, 제가 봤을 때는 그래스 페드(grass fed)라고 표기된 제품을 사는 것을 물론 광우병과 관련해 말할 수 있지만 남미쪽에 가봐도 그래스 페드 제품을 선호하더라"며 이선영 씨의 문제제기를 '취향'의 문제로 몰아갔다.
 
  이에 대해 이 씨는 "고기를 드셔봤으면 알겠지만 단백질 사료를 먹인 소와 풀만 먹인 소는 육질이 다르다. 저 같은 경우도 (단백질 사료를 먹인) 부드러운 고기가 당연히 더 좋다. 그런데 광우병 위험에 대해 알았다면 안 먹었을 것"이라며 반박했다. 또 그는 "얼마전 언론에서도 나왔듯, 미국에서는 30개월 이상의 소를 소비하고 있지 않다"며 "30개월 이상의 소를 수입하면서 미국 내수용과 같다고 하고, 또 그것을 개인의 선택 문제라고 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정부·찬성 측 관계자들이 이 씨를 몰아세우자 토론을 진행하던 사회자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는 "이선영 씨는 전문가가 아닌데 왜 자꾸 이 씨를 상대로 질문을 하려고 하느냐"고 제지했다. 이를 지켜보던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도 "정부는 LA한인회장을, 그것도 전 회장을 공식 기자 회견장에 불러서 발언하게 해놓고서는, 미국에 사는 한 주부의 의견에 대해서는 왜 이렇게 비판적으로 물어보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한국 동포들에 대한 우려와 걱정에 시름이 더해갑니다"
 
  한편, <100분 토론> 방영 직후, 프로그램 게시판을 비롯해 온라인 공간에는 이선영 씨와 미주 한인 주부들을 지지하는 누리꾼들의 격려가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성명서 전문을 곳곳에 옮겨 소개하면서 며칠 전 정부 기자회견에 참석한 LA한인회장에 대한 비판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다음은 성명 전문.
 
  미국내에서 서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한인 주부들이 뭉쳤습니다.
 
  많은 미국내 한인 주부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미주 한인회의 성명서 발표에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이들 한인회의 입장이 마치 전체 미주 한인을 대변하는 것인 양 호도되는 기사들에 답답한 마음 금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분노와 답답함을 느끼던 주부들이 뭉쳐 이번에는 우리들의 입장도 발표를 해보자며 온라인 상에서 며칠간 의견을 주고 받으며 공동으로 성명서를 작성했습니다.
 
  일부 미주 한인회가 우리와 같은 미국땅에 살고 있다고 해서 또 한인회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달고 있다고 해서 결코 미국에 사는 한인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이 성명서를 통해 여러분께 알립니다.
 
  성명서
 
  미주지역에 거주하는 한인주부들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반대하며 재협상을 촉구합니다!!
 
  가족의 건강과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미주 한인주부들은 금번 미국 쇠고기 협상으로 앞으로 광우병 위험에 노출될지도 모를 한국동포들에 대한 우려와 걱정에 시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내 축산업계는 도축 직전 소의 건강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현행법을 어기고 광우병의 증세가 의심되는 소를 도축하였고 이 업체의 쇠고기가 학교급식용을 비롯 미전역의 시장에 유통되어 결국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쇠고기 리콜을 야기했습니다.
 
  또한 지난달 4일, 캔자스의 Elkhorn Valley Packing LLC 라는 업체는 광우병 위험물질인 편도를 제거하지 않은 채 유통했다가 결국 냉동 소머리 406,000 파운드를 자발적으로 리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캔자스 주 고급 육 생산업체인 Creekstone Farms에서 소 뼈 파동으로 막힌 일본 수출시장을 열기 위해 업체내의 자발적인 전수검사의 의지를 밝혔지만 미 농무부가 이를 최근에 불허하였습니다. 업체의 자발적인 검사마저 가로막는 미농무부의 태도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심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례들은 미국 내에서 조차 쇠고기 안전성 검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더욱이 미국 내에서 동물성 사료는 아직도 사용이 완전히 금지되지 않았으며, 비인도적이고 비위생적인 축산환경 또한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도 되지 않는 광우병 검사비율로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장담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유기농 쇠고기나 풀 혹은 식물성 사료를 먹여 키운 쇠고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호주 및 뉴질랜드 등 광우병 청정지역에서 수입된 쇠고기의 소비 또한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미국 내 쇠고기 소비행태가 이같은 변화를 보이고 있고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미주한인회는 미주 동포들이 먹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의 성명을 발표하여 마치 이것이 전체 미주 한인들의 목소리인 양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바,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230만 재미동포 중 미 축산업의 실태를 알고 있는 한인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위생성에 비판적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산 쇠고기 소비에 더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현재 미국의 축산 환경은 육우 사육, 광우병 검사, 도축 그 어느 과정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데, 이번 협상의 결과로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더라도 한국은 수입거부권조차 없이 국제수역사무국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검역주권도 없이 30개월 이상 소의 살코기와 30개월 이하 소의 뼈, 내장까지 모조리 수입을 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금번 미국 쇠고기 협상결과는 국민의 입장에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이에 정부는 국민건강과 검역주권을 포기한 채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해제한 졸속적인 금번 협상을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추진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2008년 5월 7일
 
  쇠고기 수입 재협상 실행을 요구하는 미주한인주부들의 모임.
   
 
  강이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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