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슈가되는초대

서태지그가돌아왔다 "16년간 내가 번 돈, 감동으로 돌려주고 싶다"(일문일답)



Star News
서태지"16년간 내가 번 돈, 감동으로 돌려주고 싶다"(일문일답)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가수 서태지 ⓒ홍봉진 기자 honggga@


'문화대통령' 서태지가 돌아왔다. '왕의 귀환'이라고 부르기에 전혀 모자람 없는 그의 컴백에 대중들은 열광했고 모든 언론은 집중했다.

3일 오후 서울 삼성동의 한 호텔에서 취재진과 가진 인터뷰에 검정색 셔츠에 흰색 좁은 넥타이, 청바지의 편안한 차림으로 나타난 서태지는 36년 세월의 흔적을 찾기 힘든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의 여유로움에서는 데뷔 16년차 가수로서의 내공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예전에는 기자가 무서웠지만 이제는 좀 편해졌다"고 말한 서태지는 인터뷰 내내 특유의 조곤조곤한 말투로 자신의 근황과 앞으로의 계획, 자신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털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오랜만의 컴백 소감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앨범 발매하고 팬들과 2번 만났는데 설레었다.

-'대중과의 소통을 갈망한 것 같다'는 평가에 대한 생각은.

▶많이 어긋난 것 같다. 어느 때보다 음악적인 실험을 많이 했다. 실패도 많이 하고. 다른 때는 어떤 장르적인 개념으로 목표를 세우고 그걸 향해 달려갔는데 이번엔 새로운 걸 위해 시도를 많이 해서 시간이 걸렸다. 싫증도 잘 내고 호기심도 많아 시기마다 하고 싶은 음악들이 변한다. 이번에도 하다보니 멜로디가 화려해지고 서태지와 아이들 음악의 느낌이 났다.

-나이도 있는데 (지난달 31일, 지난 1일)공연하면서 힘들지 않았나.

▶첫 공연은 언제나 그랬듯 좀 힘들다. 운동을 안 좋아해서 4년 동안 걸어다니는 여행이 아니고서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ETPFEST 연습 게임으로 2번 무대에 서봤는데 오히려 연습 때보다 덜 힘들었다. 체력은 마지막 공연할 때가 제일 좋다. 팬들이 있을 때 노래하는 것과 연습실에서 하는 건 차이가 많이 난다. 팬들에게 에너지를 받는 것 같다.

-음악 작업 외에는 뭘하고 지냈나.

▶RC 비행기 만들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로 활동하고 나서는 많이 못했었다. 3개월 정도 음악하는 것 이상으로 잠도 안자고 만들어서 날리러 다녔다. 오히려 그 때 많이 충전이 됐다. 재미있다는 표현으로는 모자랄 정도로 행복했다. 인도 여행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일본에서도 여행을 많이 다녔다.

-쉬는 동안 목격담이 들리지 않는데 집 밖으로 아예 안 나오나.

▶공항에서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하는데 한국에 오면 밖에 일절 안 나간다. 1집 활동하면서부터 집 밖으로 안 나가는 게 버릇이 돼서 지금은 나가면 굉장히 민망하고 쑥스러울 것 같다. 집에서만 작업하는 게 시나위 시절부터 익숙해져 있다. 외국에서는 편의점도 다니고 편하게 다닌다.

-'컴백스페셜' 예고편에서 부모님 이야기를 했는데.

▶한국에서 만날 수 없어서 외국에서 부모님과 여행도 다니면서 시간을 보낸다. 큰 고민 중 하나다. 부모님도 연세가 드셔서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아하신다.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번 앨범은 순수 국내 제작이라고 설명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지금까지 1집을 제외하고는 외국에서 녹음을 했다. 지금까지 어깨너머로 많이 배우면서 자신이 생겼다. 외국에서 녹음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믹싱을 하면 후회되는 점이 많았다. 새로운 걸 만들어보고 싶기도 한 욕심이 들어서 아예 처음부터 내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꼼꼼하게 녹음하고 아니다 싶으면 버리고 그런 작업들을 시간을 갖고 많이 했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사운드에 근접한 것 같다.

-음반시장이 많이 어려운데 영향을 받지 않을까.

▶영향을 안 받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내 음반이 어느 정도 이슈는 될 수 있다. 하지만 예전엔 돈을 번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쓰자고 생각한다. 16년 간 내가 번 돈은 팬들이 준 것이고 이제는 팬들에게 감동으로 그걸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가요시장을 보면 안타깝다. 음악을 온라인에서 다운로드 받으면서 음악에 대한 가치가 많이 떨어졌다. 이번 음반은 어린 시절 직접 돈을 주고 음반을 사서 포장을 뜯는 기쁨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오프라인 발매를 먼저 했다. 음악의 가치가 좀 더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릴라 콘서트에서 '시대유감'을 부르면서 '시국이 흉흉했다'는 말을 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시대유감'을 만들 때도 특정한 인물을 염두에 두고 만든 건 아니다. 항상 부를 때마다 '시대유감'은 새로운 느낌을 주는데 이번에도 실제로 시국이 흉흉하지 않았나. 촛불시위도 많이 있었고 내 팬들도 많이 참여했다. 잠시나마 이 노래를 통해 신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image

가수 서태지 ⓒ임성균 기자 tjdrbs32@



-이상형은 있나. 결혼 계획은.

▶이상형은 계속 바뀌는 것 같다. 기본적인 이상형은 착한 여자다. 또 꿈도 많고 나랑 비슷한 성격이었으면 좋겠다. 결혼은 나이를 먹을 수록 생각이 없어진다. 옛날에는 가정을 꾸리는 것이 목표였다. 지금은 결혼하면 좋아하는 음악을 하는데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다. 여자친구 사귀기도 힘든 상황이고. 나중에라도 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할 것이다. 하고 싶은 건 하는 성격이다. 아직은 단정짓기 힘들다. 부모님도 30살 정도에는 '장가 안가냐' 그러셨는데 지금은 뭐라고 하지 않으신다.

-외로움을 안타나.

▶그렇다. 주변에서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할 때 공감을 못한다. 워낙 바쁘게 지내는 걸 좋아해서 심심하면 외로울 것 같다. 하지만 주변에 좋은 사람들도 많고 여자친구가 외로움을 달래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제 행복한가. 사회와 격리된 생활이 불편하지 않나.

▶음악을 만들고 그 음악으로 대중과 공감하고, 내 음악에 감동을 느꼈다는 댓글 등을 볼 때 행복하다. RC 비행기를 날리면서 행복했고 괴로운 작업 끝에 좋은 음악이 나올 때 행복하다.

격리된 생활이 실제로 많이 힘들지는 않다. 2년 동안 작업만 하고 거의 안 돌아다녔다. 그러려고 한국에 들어온 것이고. 음악을 구상할 때는 계속 돌아다니고 새로운 걸 접해야 하기 때문에 한국에 못 있는다. 만약 외국이라는 공간이 없었다면 한국에서 돌아다녔을 거다.

-기억에 남는 루머는.

▶임신설이 황당하고 재미있었다. 사탄설은 나도 듣고 놀랐다.

-나이를 안 먹는 건가 먹기 싫은 건가.

▶나이를 먹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특별히 두려워하거나 그런 건 오히려 없었다. 30살 되고서는 ‘어, 징그러’ 그랬는데 어차피 사람의 수명은 정해져있고 죽는다 해도 나만 죽는 게 아니니까 두렵지 않다. 추억이 있고 지금도 추억을 만드는 중이고 나이에 맞는 현재를 즐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런 게 좋다.

-언제까지 음악을 할 것인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 4집 때는 더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고 진짜 그만두고 싶었다. 지금도 자신은 없다. 음악에 대한 감이나 끌림이 한 순간에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항상 1장만 계약한다. 최선을 다 할 각오는 돼있지만 장담할 수는 없다. 다만 죽을 때까지 음악을 계속 하고 싶다.

-앞으로도 신비주의 고수할 건가.

▶이번 앨범이 좀 시간이 오래 걸렸다. 팬들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제일 컸다. 다음 앨범은 더 늦어질 수도 있고 오히려 빨라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만족하고 팬들이 만족할 만한 음악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는 것이지 발매 시기에 대해 생각하지는 않는다. 최대한 빨리, 자주 만나고 싶은 마음은 항상 갖고 있다.

-팬들의 연령층도 높아졌는데 기분이 어떤가.

▶분위기는 많이 달라졌지만 행복해하는 모습은 예전과 똑같아서 내가 봐도 신기하고 뿌듯하다. 음악 하길 잘했다 싶다. 앞으로 공연 하면 탁아소를 만들어주고 싶기도 하다.

-음악을 하지 않는다면.

▶음악 말고는 잘 하는게 없어서 다른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못 해봤다. 다시 은퇴하겠다는 이야기는 못할 것 같고 많이 휴식을 취할 것 같다. 오래 여행 다니다가 다시 음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제작에 참여할 생각은 없나.

▶여력이 있다면 하고싶은 부분이긴 하지만 내 음악 작업과 병행하려면 힘들 것 같다. 눈여겨보는 후배가 있긴 하지만 아직 말씀드리긴 곤란하다.

-재테크는.

▶재테크에 대해서는 모른다. 알려진대로 강남에 건물을 갖고 있는데 거기에서 음악도 하고 사무실도 있지만 나머지는 임대하고 있다. 그게 재테크가 아닐까. 하지만 내가 관리하지 않고 아버지가 하셔서 잘 모른다. 경제적인 문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돈을 벌면 더 좋은 공연 같은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때부터 아끼면서 살긴 했다.

-서태지에 대해 알려진 이야기에 대해 바로잡고 싶은 소문은 없나.

▶특별히 없다. 예전에는 오보가 있으면 바로잡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런 소문들이 내가 오해받을 행동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지금은 오보나 괴상한 루머들조차도 재미있다. 그게 또 하나의 내가 아닌가 싶다.

-살아오면서 가장 소중하게 여겼던 것은.

▶순서를 정하기 힘들 정도로 너무 많다. 일단 부모님과 팬, 음악, RC. 너무 소중하다.

image

가수 서태지 ⓒ홍봉진 기자 honggga@



-완벽주의자라는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예전에는 그렇게 생각해본 적 없다. 그리 완벽주의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많은 부분들에서 완벽하고 싶지만 어느 정도의 선에서 더이상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면 거기서 멈춘다. 그렇게 생각하면 완벽주의자 같기도 하다. 음악을 만드는데 있어서는 좋은 성격이라고 생각한다.

-8집 전체의 계획은?

▶아직은 비밀이다. 시기적으로 정해진 건 아직 없다. 가능하면 이번 싱글수록곡 모두 뮤직비디오를 찍을 생각이다. 새로운 게 하고싶어지면 그 때 다음 싱글을 발매하게될 것이다.

-RC가 좋은 이유는.

▶워낙 만드는 걸 좋아한다. 힘들게 만든 걸 하늘에 띄울 때 실제로 추락할 수도 있으니 조심하고 긴장하는 쾌감도 있고. 기술도 필요하고. 비행기를 날리다 한국 사람에게 들킨 적은 없다.

-사람 ‘정현철’과 가수 ‘서태지’로서의 꿈은.

▶두 명을 나눠서 생각해본 적 없다. 큰 꿈을 생각해본 적은 없다. 행복하고 즐겁게 음악하고 싶다. '정현철'의 꿈은 RC도 만들고 하는 평범한 시간과 새로운 음악도 하면서 두 생활을 잘 병행하고 조율하면서 '서태지'와 함께 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