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든...

"마야 달력 끝" 2012년 종말의 해?





직장인 A(35)씨. 신비주의를 좋아하는 그는 요즘 믿을만한 예언이 없어 생활의 활력소가 부족하다고 느낀다.
 

예언을 믿을만하다고 표현하는 게 어폐가 있지만 노스트라다무스, 송하비결, 존 티터로 이어지는 예언을 통해 그는 뭔가 센세이셔널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뻔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일탈을 꿈꿨다. 물론 파멸을 원한 것은 아니고 그도 여느 사람들처럼 목숨귀중한 것을 알지만, 막연하게나마 뭔가가 일어나는지 기대했지만 결과적으로 '꽝'이었다.
 

요즘 신비주의 관련 인터넷사이트를 보면 '개봉박두'인 급박한 예언이 없다. 새롭게 2012년이 종말의 해로 꼽히지만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엽기적인 예언들이 모두 신빙성없는 괴담으로 끝난 후유증이기도 하다.
 

◇1999년 해프닝으로 끝난 노스트라다무스 예언
16세기 프랑스의 의사이자 점성술가인 노스트라다무스(1503~1566)는 저서 '모든 세기'를 통해 '1900, 90의 9년, 7의 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 앙골모아의 대왕을 소생시키기 위해 그 전후의 기간, 마르스는 행복의 이름으로 지배하려 하리라'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많은 신비주의자들은 1999년 7월에 지구가 멸망할 것으로 봤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후 신비주의쪽에서는 해석상의 오류라고 여전히 노스트라다무스를 신봉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노스트라다마스는 하나의 세기말적 해프닝으로 밖에 치부되지 않고 있다. 신비주의쪽에서는 '세계 종말이 가까워졌을 시기, 토성이 멀어져 가고, 제국이 흑색 민족에 기울어져 나르본의 눈이 독수리에 의해 도려내질 것이다'라는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에서 '흑색민족에 기울어져'라는 대목을 주시하며 지난해 버락 오바마의 미국대통령 당선 적중을 얘기하지만 이런 연관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한반도 핵전쟁 불발, 평창올림픽 유치실패로 적중실패한 송하비결
2003년 초판이 발행된 송하비결은 송하노인(1845~?)이 내놓은 예언서다. 2000년에 나온 매화역수의 부록으로 일부 공개되기도 했던 송하비결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예언해 정치권, 관계는 물론 일반인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책이다. 하지만 2004~2007년 발발한다고 했던 한반도 핵전쟁 등이 다행히 일어나지 않았고, 2010년 평창올림픽이 열릴 것이란 예언이 틀린데다 백악관에서 암살될 것이라던 조지 부시 미국대통령도 별일없이 퇴임했다. 2007년 대권 역시 소도잠룡(小島潛龍)이란 표현으로 섬출신의 대통령을 점치는 듯 했으나 다른 결과여서 예언으로서 치명상을 입었다.
 

◇시간여행자 존 티터는 사기꾼?
존 티터는 최근 '전주굉음'을 통해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진짜 뜬금없는 괴담수준이었다. 지난 1일 오전 8시10분께 전주시내 전역에서 강한 천둥소리와 유사한 굉음이 약 1초간 발생해 그 충격으로 유리창이 흔들리고 자동차 경보기가 오작동하는 일이 발생해 신비주의자들은 존 티터가 말한 세계대전의 징후가 아니냐고 인터넷에서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기도 했다. 초음속 전투기가 음속돌파시 내는 소위 '소닉 붐(Sonic Boom)'으로 의심되고 있지만 한국과 미국공군측은 이를 부인하고 있어 아직까지 원인규명이 되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지난 8일 전북환경운동연합은 "시민의 불안감을 해소해주기 위해서라도 원인을 규명해달라"고 성명서를 내기에 이르렀다.
 

전주굉음으로 다시 인구에 회자된 존 티터는 2036년의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하고 있는 군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2000년 11월에 인터넷에 나타나 미래에 일어날 일들을 약 4개월간 올린 뒤 홀연히 종적을 감춘 신원미상의 인물이다. 그의 추종자들은 미국의 이라크 침공, 미국의 광우병, 2004년 동남아시아 쓰나미 등을 예언했다고 믿고 있으나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최무산 예언이 '꽝'으로 판명되면서 신뢰도가 급격히 하락했다.
 

◇예언에 귀기울이는 심리는?
1999년 지구가 멸망하지 않았고, 2004년 이후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고, 2008년 베이징올림픽도 무사히 열렸다. 왜 이런 결과가 있을까? 한 신비주의관련 인터넷 사이트 운영자는 "천기는 누설되면 예언된대로 일이 진행되지 않고 형태를 바꿔서 진행한다"며 예언의 자구(字句)에 얽매이지말고 크게 보라고 주문한다. 또다른 사이트 운영자는 "그냥 올려진 것을 봐라. 각자가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아예 언급을 회피하기도 했다.
 

사실 예언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고 있는 대중을 쉽게 현혹한다. 자연재해의 만연, 세계적인 경기침체, 직업의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삶이 극도로 불안하기 때문에 불확정성이 배제된 확정된 뭔가를 찾고 그 결과가 '해피 엔딩'이건 '파국적 종말'이든 마음의 안정을 찾는 심리가 여전히 우리 주변의 예언을 키워가고 있다.

조병모기자 bryan@